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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vs삼성 라이온즈
크게 앞서고도 쫓긴 첫판 다음 날, 고영표와 페덱이 다시 연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KT는 크게 앞서고도 불펜이 흔들렸고, 삼성은 늦게 깨어난 타선으로 한 점 차까지 쫓아왔다. 2차전은 두 선발이 얼마나 길게 버티느냐, 그리고 연투에 나설 박영현과 대기 중인 원태인을 어떻게 쓰느냐에서 갈린다.
자료 기준 11월 4일 (수) 14:04 KST

KT 위즈홈
vs
삼성 라이온즈원정
한국시리즈 1차전은 KT 위즈의 8-7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두 팀이 받아 든 성적표는 정반대에 가깝다. KT는 6회까지 8-0으로 앞섰고 홈런 세 방으로 경기를 끝낸 듯했다. 그런데 7회와 8회 두 이닝 동안 7점을 내줬고, 마무리 박영현을 8회 1사 만루에 꺼내야 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졌지만 KT 필승조를 끌어내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비율은 73.8%다. KT는 그 확률을 쥐고 2차전에 나선다. 삼성은 원정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만들고 대구로 가겠다는 계산을 지키려 한다. 4일 오후 6시 30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고, 선발은 KT 고영표와 삼성 페덱이다.
8-0이 8-7이 되기까지
KT의 초반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1회말 샘 힐리어드의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3점을 먼저 냈다. 이어 3회 안현민의 투런포, 5회 한승택의 솔로포, 6회 김현수의 투런포가 나왔다. 김현수의 홈런은 바뀐 투수 임기영의 직구를 받아쳐 8-0을 만든 한 방이었고, 결국 이 두 점이 승리를 지켰다.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은 6회까지 삼성 타선에 한 점도 주지 않았다.
흐름은 7회초 한 이닝 만에 바뀌었다. 박승규가 안타로 나간 뒤 구자욱이 대니엘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디아즈의 안타까지 이어지자 KT 벤치가 움직였다. 무사 1루에서 올라온 로건 앨런은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류지혁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더 주고 내려갔다. 다음 손동현은 김헌곤과 이재현에게 연거푸 큰 파울 타구를 맞고 공 8개 만에 김정운과 바뀌었다. 김정운은 이재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8회에도 김정운은 선두 박승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어 나온 오원석은 구자욱과 김성윤에게 안타, 김영웅에게 볼넷을 내줬다. 8-6, 1사 만루. 이강철 감독은 그제야 박영현을 불렀다.

박영현은 류지혁을 뜬공으로 잡았지만, 대타 김현준 타석에서 폭투로 승계주자 한 명이 홈을 밟았다. 7-8. 그 뒤로는 완벽했다. 김현준을 뜬공으로 잡아 8회를 끝냈다. 9회에는 이재현 타석부터 대타 전병우까지 7구 연속 슬라이더로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마지막 박승규도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돌려세웠다. 1⅔이닝 동안 타자 5명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박영현은 ‘타자들이 직구를 치려고 해서 슬라이더가 더 효과적이었다’며 ‘내 인생에서 제일 좋은 슬라이더가 계속 나왔다’고 했다.
문제는 그 대가다.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에게 1이닝 정도만 맡길 생각이었다고 했다. 박영현은 8점 차 리드에도 7회말부터 몸을 풀었고, 결국 아웃카운트 다섯 개를 책임졌다. 그는 정규시즌 56경기 61⅔이닝에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로 KT 뒷문을 지켰다. 본인도 ‘7경기 다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2차전은 연투다. 1차전처럼 8회 중반부터 박영현을 당겨 써야 하는 경기가 또 나오면 3차전 이후 마운드 계산이 무거워진다.
이강철 감독이 예고한 불펜 재배치
이강철 감독은 경기 뒤 자신의 실수를 먼저 꺼냈다. 위기에서는 가장 센 투수를 올리는 게 자신의 철학인데, 순간 착각해 로건을 올렸다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오원석을 먼저 올렸어야 했다며 ‘내일부터 불펜 운용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원래 구상은 삼성의 강한 좌타 라인을 겨냥한 왼손 불펜이었다. 좌완 선발 로건과 오원석을 한국시리즈에 맞춰 불펜으로 돌린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1차전에서는 두 왼손 모두 삼성 좌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2차전 대안으로 이 감독은 좌완 전용주와 좌타자에 강한 우완 손동현을 꼽았다. 정규시즌 기록을 보면 두 투수는 성격이 다르다. 손동현은 68경기 63이닝, 평균자책점 3.57, 14홀드로 시즌 내내 KT 불펜의 허리를 맡았다. 전용주는 63경기 45⅓이닝에서 홈런을 1개만 맞았지만 볼넷이 35개, WHIP가 1.61이었다. 1차전에서 볼넷 하나가 만루 위기로 번지는 걸 본 KT로서는 전용주에게 이닝을 길게 맡기기보다 특정 좌타자 상대로 짧게 쓰는 쪽이 맞다. 이재현에게 적시타를 맞은 사이드암 김정운(정규시즌 평균자책점 3.12)도 계속 쓸 여지를 남겼다. 이 감독은 첫 경기에서 가장 어려운 게 투수 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차전을 이긴 덕분에 다음 불펜 운영이 편해졌고 정리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선발 맞대결: 20일 넘게 쉰 다승왕, 나흘 쉰 페덱
1차전에서 불펜이 흔들린 만큼, KT의 2차전 첫 번째 과제는 선발이 얼마나 길게 버티느냐다. 고영표는 올 시즌 29경기 172⅔이닝에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28, 탈삼진 183개를 기록하며 생애 첫 다승왕에 올랐다. 9이닝당 볼넷 1.15개는 리그 2위이고, WHIP는 1.08이다.
시즌 막판 흐름도 좋았다. 최근 다섯 번 선발 등판에서 33이닝을 던져 4승 1패, 평균자책점 1.09를 기록했다. 10월 3일 롯데전에서는 102구로 9이닝 무실점을 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0월 11일 삼성전에서는 68구로 5이닝을 4피안타 무볼넷 5탈삼진 무자책으로 막았다. 9월 9일 대구 원정에서 KT가 삼성을 2-0으로 이긴 날에도 7이닝 무실점이었다.
KT는 20일 넘게 쉰 고영표가 긴 이닝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긴 휴식은 힘이 되지만, 실전 감각은 1회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영표는 정규시즌 삼성전에 강했지만 구자욱과 김지찬에게는 안타를 자주 내줬고 최형우에게는 홈런도 맞았다. 1차전에서 KT 왼손 불펜이 막지 못한 바로 그 좌타자들이다. 고영표가 이 타자들을 상대로 6회 이후까지 버텨내면, KT는 1차전처럼 7회 무사 1루에서 급하게 불펜을 꺼낼 일이 줄어든다. 다만 고영표는 한국시리즈 통산 등판에서 아직 승리가 없다.

페덱은 7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76⅓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WHIP 0.96은 리그 1위, 9이닝당 볼넷 1.30개는 3위다. 두 선발 모두 볼넷으로 무너지는 유형이 아니다. KT와는 8월 29일 대구에서 한 번 만나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걸리는 건 일정과 낯선 조건이다. 페덱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맞고 5실점으로 흔들렸다. 사흘만 쉬고 오른 4차전에서는 1실점으로 버텼고, 이번에는 그 뒤 나흘을 쉬고 나선다. 수원 등판은 처음이다. 올 시즌 44홈런을 친 힐리어드와도 처음 만난다. 8월 맞대결 때 힐리어드는 출산 휴가로 빠져 있었다. 그날 페덱이 한 번도 잡지 못한 타자가 안현민이었다. 안타 두 개와 볼넷 하나를 내줬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투런을 친 안현민, 경기 MVP 힐리어드를 넘는 것이 삼성 마운드의 첫 관문이다. 페덱은 플레이오프 1차전 부진 뒤 모자에 ‘BE PRESENT’를 새겼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겠다는 다짐이다.
0승 1패 삼성이 2차전에 쥔 카드
박진만 감독은 0-8에서 7-8까지 따라붙은 1차전을 두고 패배에도 소득이 있었다고 했다. KT 필승조를 공략한 만큼 타선도 충분히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김헌곤과 이재현의 파울 홈런 가운데 하나만 넘어갔어도 뒤집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도 했다. 반면 마운드 운용은 스스로 실수로 꼽았다. 최원태가 3회 선두 김민혁에게 2루타를 맞았을 때 안현민 타석에서 바꿨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고, 안현민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면서 초반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최원태는 2이닝 5실점으로 내려갔다. 박 감독은 그를 다시 선발로 쓰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2차전 삼성 마운드의 열쇠는 원태인이다. 플레이오프부터 불펜으로 나선 원태인은 1·2차전 불펜 대기였지만 1차전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2차전까지 상황을 보고 3차전 이후 선발로 쓸 수도 있다고 했다. 2차전에 페덱 뒤로 원태인을 붙일지, 아껴서 대구 선발로 돌릴지는 이 경기와 시리즈 전체 운용을 함께 결정하는 선택이다. 원정 1승 1패를 목표로 내건 박 감독에게는 2차전에 힘을 쏟을 이유가 충분하다.
뒤를 받칠 불펜의 정규시즌 기록도 좋다. 마무리 김재윤은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명단에 들지 못했지만, 이승민은 74경기 68이닝에서 평균자책점 2.65에 23홀드, 김태훈은 평균자책점 2.48에 WHIP 1.03이었다.

타선에서는 반등 신호가 나왔다. 주장 구자욱은 왼쪽 허벅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포스트시즌 내내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장타 없이 부진했지만, 1차전 7회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쳤고 8회에도 안타를 보탰다. 7회 최형우 대신 들어간 김성윤은 8회 적시타를 쳤다.
걱정은 포수 자리다. 옆구리 부상을 참고 출전하는 강민호는 1차전에서 8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타격에도 불편함이 있어 6회 선두 타석에서 대타 김헌곤으로 바뀌었다. 삼성은 정규시즌 팀 홈런 140개(리그 4위), 도루 97개(4위)로 KT(121개·61개)보다 힘과 발이 모두 앞섰고, 1차전 후반에 그 공격력을 잠시 되찾았다. 남은 문제는 초반이다. 1차전에서 삼성은 6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했다.
KT 타선과 김현수의 왼손 손가락

KT의 가장 큰 물음표는 김현수다. 1차전에 5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서 홈런을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쳤고,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루타 신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7회 수비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손가락에 통증을 느껴 오윤석과 교체됐고, 경기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지금은 아프지만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며 ‘감독님이 안 된다고 해도 설득해서라도 나가겠다’고 했다. 김현수가 빠지면 KT는 중심 타선 한 자리와 1루 수비를 함께 바꿔야 한다.
KT 타선이 두텁다는 건 정규시즌 기록이 보여준다. 팀 타율 .286, 출루율 .367, OPS .783이 모두 리그 1위였고 경기당 득점 5.73점도 1위였다.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는 9승 1무였다. 1차전에서는 1회부터 힐리어드가 2타점 2루타로 최원태를 흔들었고, 안현민·한승택·김현수가 홈런을 보탰다. 다만 2차전 상대는 WHIP 리그 1위 페덱이다. 볼넷을 잘 주지 않는 투수를 상대로 KT가 1차전처럼 초반에 점수를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고영표가 얼마나 편하게 던질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후반 이닝 기록
1차전이 7·8회에 뒤집힐 뻔한 경기였던 만큼 정규시즌 불펜 기록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구원 평균자책점은 삼성이 4.23으로 리그 2위, KT가 4.68로 4위였다. 구원 WHIP는 삼성 1.41, KT 1.49다. 7회 이후 이닝당 실점도 삼성 0.49점, KT 0.61점으로 삼성이 적었다.
앞선 채 경기 후반에 들어간 경기에서는 두 팀이 비슷했다. KT는 80경기 중 72경기를, 삼성은 69경기 중 62경기를 지켜 리드 유지율이 둘 다 90% 안팎이다. 차이는 홈런이다. 삼성 불펜은 9이닝당 피홈런 1.18개로 리그 9위였고, 1차전에서도 장찬희와 임기영이 홈런을 맞았다. 정규시즌 맞대결의 마지막 세 경기는 KT가 모두 이겼지만, 최근 10번의 맞대결은 5승 5패로 팽팽했다.


두 팀의 이기는 조건
KT가 이기는 조건은 고영표가 6회 이후까지 경기를 끌고 가서 7·8회 불펜 부담을 1차전보다 줄이는 것이다. 정규시즌에 고전한 구자욱·김지찬·최형우를 볼넷 없이 정면 승부로 처리해 큰 이닝을 막아야 한다. 리드를 잡으면 전용주와 손동현을 좌타자 맞춤으로 짧게 끊어 쓰고, 연투하는 박영현의 몫은 1이닝 안쪽으로 묶어야 한다. 공격에서는 볼넷이 적은 페덱을 상대로 힐리어드와 안현민이 장타로 먼저 점수를 내는 것이 출발점이다.
삼성이 이기는 조건은 페덱이 나흘 휴식 뒤에도 초반을 실점 없이 버텨, 1차전처럼 크게 끌려가는 경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힐리어드와 1차전 투런의 주인공 안현민에게 장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 페덱 뒤에 원태인, 이승민, 김태훈을 붙일 수 있으면 경기는 1차전 7·8회 같은 후반 싸움으로 넘어간다. 그 구간에서 살아난 구자욱의 타격과 김성윤 같은 교체 카드로 연투하는 KT 불펜을 다시 공략해야 한다.
1차전에서 KT는 초반에 벌어둔 점수로 버텼고, 삼성은 후반에 KT 불펜을 공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2차전에서 KT는 고영표의 이닝으로 그 7·8회를 줄여야 하고, 삼성은 페덱으로 초반을 버텨 승부를 그 7·8회까지 끌고 가야 한다. 두 선발이 몇 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느냐가 이번 승부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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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투하는 KT 뒷문과 처음 수원에 서는 페덱, 2차전 마운드의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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