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평범한 94마일 좌완이었다. 그는 재능을 기다리는 대신 부상 재활 기간에 자신의 공을 데이터와 카메라로 뜯어고쳤고, 그렇게 '만들어 낸' 체인지업과 매년 오른 포심으로 2024·202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연달아 받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좌완 에이스, 타릭 스쿠발이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영문 이름 | Tarik Daniel Skubal |
| 출생 | 1996년 11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헤이워드 (애리조나 킹맨에서 성장) |
| 투타 | 좌투우타 |
| 포지션 | 좌완 선발투수 |
| 현 소속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번호 29) |
| 프로 입단·데뷔 | 2018년 드래프트 9라운드(전체 255순위) 지명, 2020년 빅리그 데뷔 |
왜 지금 주목하나
스쿠발의 이야기는 지금 정점이자 분수령에 서 있다. 백투백 사이영상 투수가 2026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구단과의 장기 연장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트레이드 데드라인(8월 3일)의 최대어로 거론되며, 여러 매체가 그의 이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발행 시점에 따라 소속이 바뀔 수 있는 '살아있는 서사'라는 뜻이다.
한국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어떻게?'라는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타고난 강속구 유망주가 아니라, 매년 구속을 끌어올리고 체인지업을 재설계해 최강자가 된 과정 자체가 하나의 '투구 과학' 이야기다.
커리어를 만든 장면들
킹맨의 무명 좌완, 세 번의 팔꿈치
스쿠발은 인구 3만의 애리조나 사막 소도시 킹맨에서 자랐다. 4년제 대학(디비전 I)의 장학 제안은 시애틀대학교 단 한 곳뿐이었다. 그 대학 2학년(2016년) 봄에 팔꿈치 인대가 파열돼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재활 중이던 2017년 다이아몬드백스의 지명을 마다하고 대학에 남아 더 증명하는 쪽을 택했다. 2018년 디트로이트가 9라운드(전체 255순위, 계약금 35만 달러)로 불렀다. 누구도 그를 미래의 리그 최강 투수로 보지 않았다.
부상 재활에서 시작된 재발명
전환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상이었다. 2022년 왼 팔꿈치 굴근건(flexor tendon) 수술로 마운드를 비운 그 시간에, 그는 자신의 공을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심 시프티드 웨이크(seam-shifted wake)' 체인지업이 있었다. 공은 똑같은 팔로 똑같이 던져도 실밥이 주변 공기의 뒤흐름을 어떻게 붙잡느냐에 따라 궤적이 달라진다. 스쿠발은 네 솔기(four-seam)로 쥐던 그립을 두 솔기(two-seam)로 바꾸고, 실밥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느낌을 큐로 삼았다. 연습 때는 공에 검은 점을 찍어 그 점이 공기를 어떻게 가르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던졌다. MLB.com은 2024년 이 체인지업을 두고 "야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공"이라 불렀다.
가디언스라는 거울
커리어의 명장면 상당수가 클리블랜드를 향한다. 2024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8탈삼진(그중 4이닝 3분의 1은 퍼펙트)으로 정상에 각인됐다가, 같은 시리즈 5차전 레인 토머스에게 선제 만루홈런(프로 통산 첫 피만루)을 내주고 시즌이 끝났다. 이듬해 2025년 5월 25일, 바로 그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94구 13탈삼진 완봉(매덕스)을 완성하며 설욕했다 — 마지막 삼진구가 102.6마일, 투구 추적 시대의 정규시즌 선발 등판 중 두 번째로 빠른 공이었다.
협상 테이블의 냉정
2026년 2월 연봉조정 청문회에서 스쿠발 측은 3,200만 달러, 구단 측은 1,900만 달러를 제출했다. 1,300만 달러 차이는 연봉조정 역사상 가장 큰 격차였고, 결과는 스쿠발의 승리였다. 3,200만 달러는 연봉조정으로 정해진 역대 최고 금액이기도 하다. 그는 청문회장에 사이영상 트로피를 들고 갔지만 끝내 꺼내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기록으로 보는 타릭 스쿠발 (MLB 정규시즌)
| 시즌 | 등판 | 승-패 | 평균자책 | WHIP | 탈삼진 |
|---|---|---|---|---|---|
| 2023 | 15 | 7-3 | 2.80 | 0.90 | 102 |
| 2024 | 31 | 18-4 | 2.39 | 0.92 | 228 |
| 2025 | 31 | 13-6 | 2.21 | 0.89 | 241 |
| 2026 (7월 중순) | 13 | 5-5 | 3.09 | 0.95 | 89 |
2024년은 다승·평균자책·탈삼진을 동시에 석권한 투수 트리플크라운이자 만장일치 사이영상 시즌이었고, 2025년에는 더 낮아진 평균자책(2.21)과 더 많은 탈삼진(241)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2년 연속 받았다.
플레이 스타일
스쿠발의 성적을 떠받치는 두 엔진은 체인지업과 포심이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똑같은 팔 스피드로 나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갈라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포심은 매년 구속이 오르며 좌완 선발로서는 빅리그 최상위권에 드는 데다, 옆으로 도망가는 움직임이 적고 덜 휘는 대신 위로 뻗는 성질을 가져 높은 존에서 헛스윙을 만든다. 여기에 몸쪽을 파고드는 싱커와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가 더해진다. 정리하면 오른손 타자에게는 위(포심)와 아래(체인지업)로 상하를, 왼손 타자에게는 몸쪽(싱커)과 바깥쪽(슬라이더)으로 좌우를 공략하는 입체적인 배합이다. 볼넷을 거의 주지 않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은 정확성까지 갖춰, 타자로서는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국 독자를 위한 메모
- 낯선 용어: '사이영상'은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다승·평균자책·탈삼진 동시 1위, '연봉조정(arbitration)'은 선수와 구단이 각각 희망 연봉을 써내면 중재인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 오해하기 쉬운 지점: 스쿠발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재설계한 케이스'다. 그의 상징적 기록인 102.6마일 포심은 통산 최고 구속이지 평균이 아니다.
- 참고할 비교: 좌완 사이영 계보(랜디 존슨, 클레이턴 커쇼)와 자주 나란히 언급되며, 자유계약 시장에 나올 경우의 몸값은 이 연재가 다룬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 2,500만 달러)가 비교 기준으로 오르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