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역사상 가장 빠른 공(105.8마일, 170.3km)을 던진 남자가 서른여덟 나이에도 여전히 트레이드 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쿠바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좌완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은 8개 팀을 거치며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두 번의 마리아노 리베라 구원투수상을 받았고, 지금도 보스턴 레드삭스 마무리로 뛰며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영문 이름 | Aroldis Chapman |
| 출생 | 1988년 2월 28일 · 쿠바 올긴 |
| 투타 | 좌투좌타 |
| 포지션 | 투수(마무리) |
| 현 소속 | 보스턴 레드삭스 |
| 이전 소속 | 신시내티 레즈(2010~15) · 뉴욕 양키스(2016, 2017~22) · 시카고 컵스(2016) · 캔자스시티 로열스(2023) · 텍사스 레인저스(2023) · 피츠버그 파이리츠(2024) |
| 별명 | The Cuban Missile (쿠바 미사일) |
왜 지금 주목하나
38세를 앞둔 채프먼은 여전히 시속 99마일 안팎의 공을 던지며 2026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최대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옛 소속팀 뉴욕 양키스의 단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2022년 가을 팀 훈련 불참을 이유로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됐던 앙금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 조직의 누군가는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발언은, 한때 "양키스로 트레이드된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짐을 싸서 은퇴하겠다"던 강경한 태도에서 조금 누그러진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소란의 배경에는 커리어 최고 수준의 기량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그는 서른일곱 나이에 커리어 최고 성적을 냈고, 8번째 올스타에 선정되며 좌완 불펜 투수 역대 최다 올스타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순수한 구속만으로 평가받던 선수가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오히려 제구를 재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커리어를 만든 장면들
목숨을 건 탈출, 그리고 105.8마일. 채프먼은 쿠바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2008년 첫 망명 시도가 발각돼 그 시즌 출장정지와 올림픽 대표 제외라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대회 도중 대표팀 호텔을 몰래 빠져나와 두 번째 시도 끝에 망명에 성공했습니다. 갓 태어난 딸을 두고 떠나야 했던 결단이었습니다. 신시내티 레즈와 계약을 맺은 그는 데뷔 이듬해인 2010년 9월, 페트코파크에서 시속 105.1마일(이후 2017년 재계산을 거쳐 105.8마일, 170.3km로 상향)의 공을 던지며 역대 최고 구속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정작 본인은 그날 "팔이 약간 뻐근했는데 쉬어서 도움이 됐다.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괜찮았다"는 담담한 소감을 남겼을 뿐입니다.
그림자와 반전이 함께한 시기. 2015년 가정폭력 관련 신고로(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이듬해 MLB의 새 정책 아래 30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것은 그의 커리어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 일에 대해 "여자친구를 다치게 한 적은 결코 없다. 다만 몇몇 행동에서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처분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트레이드로 이적한 시카고 컵스에서, 그는 108년 만의 우승이라는 역사적 순간의 한복판에 서게 됩니다. 2016년 월드시리즈 7차전, 8회에 동점 홈런을 맞고 리드를 날린 그는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 포수가 곁에서 그를 다독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장 10회, 팀은 다시 앞서 나갔고 채프먼은 눈물을 흘린 지 한 시간 만에 승리투수로 우승 반지를 꼈습니다.
알투베의 순간, 그리고 재해석. 양키스로 돌아간 뒤인 2019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9회말 2사에서 호세 알투베에게 허용한 끝내기 홈런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널리 회자되는 실점 장면입니다. 몇 달 뒤 상대 팀의 전자기기 사인훔치기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이 장면은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재조명됐습니다. 채프먼은 "그의 행동을 보면 좀 수상하다. 결국 나도 잘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른일곱, 제구를 재발명하다. 이후 몇 시즌 동안 제구 난조로 마무리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던 그는 2025년 보스턴 이적 첫 해에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습니다. 핵심은 구속이 아니라 제구였습니다. "구속은 걱정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집중한다"는 그의 말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17경기 연속 무피안타 행진을 펼쳤고, 그 성과로 8번째 올스타에 선정되며 좌완 계투 역대 최다 올스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해 올스타전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습니다. 아메리칸리그가 큰 점수 차로 끌려가다 9회에 극적으로 따라잡은 경기에서, 그는 완벽한 이닝을 막아내며 사상 첫 신설 방식의 승부로 이어지는 발판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두 번째 마리아노 리베라 구원투수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16년간 시속 100마일 이상을 던지고도 팔꿈치나 어깨의 대수술 이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강속구 투수의 숙명처럼 여겨지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채,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마운드에 서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진행형인 이야기. 지금 그는 통산 세이브 순위에서 역대 10위에 올라 있고, 구원투수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동시에 8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최대어로 거론되는 중입니다. 서른여덟의 나이에도 여전히 다음 장이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기록으로 보는 아롤디스 채프먼 (MLB 정규시즌)
| 시즌 | 팀 | ERA | K/9 | BB/9 | WHIP | 이닝 |
|---|---|---|---|---|---|---|
| 2010 | CIN | 2.03 | 12.83 | 3.38 | 1.05 | 13.1 |
| 2012 | CIN | 1.51 | 15.32 | 2.89 | 0.81 | 71.2 |
| 2016 | NYY/CHC | 1.55 | 13.97 | 2.79 | 0.86 | 58.0 |
| 2019 | NYY | 2.21 | 13.42 | 3.95 | 1.11 | 57.0 |
| 2022 | NYY | 4.46 | 10.65 | 6.94 | 1.43 | 36.1 |
| 2023 | KC/TEX | 3.09 | 15.89 | 5.55 | 1.25 | 58.1 |
| 2024 | PIT | 3.79 | 14.30 | 5.69 | 1.35 | 61.2 |
| 2025 | BOS | 1.17 | 12.47 | 2.20 | 0.70 | 61.1 |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진 남자가, 데뷔 16년 차·서른일곱의 나이에 커리어 최고의 제구력으로 다시 한번 정점에 올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