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강속구가 리그를 지배한 10년 동안, 그는 시속 90마일 초반의 평범한 패스트볼로 버텼다. 대신 큰 낙차의 너클커브와 흔들리지 않는 제구가 있었고, 2017년부터 2025년 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 팀만 지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조용한 에이스, 애런 놀라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영문 이름 | Aaron Michael Nola |
| 출생 | 1993년 6월 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
| 투타 | 우투우타 |
| 포지션 | 우완 선발투수 |
| 현 소속 |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번호 27, 2015~ 원클럽) |
| 프로 입단·데뷔 |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7순위, LSU) 지명, 2015년 빅리그 데뷔 |
| 대표 이력 | 올스타(2018) · NL 사이영상 3위(2018) · 프랜차이즈 통산 탈삼진 2위 |
왜 지금 주목하나
2026년 봄, 놀라는 가슴에 'ITALIA'를 달고 마운드에 올랐다. 루이지애나에서 나고 자란 투수가 이탈리아 대표로 던진 이유는 그의 성에 있다. 놀라(Nola)는 나폴리 인근에 실제로 있는 도시 이름이고, 그의 증조부모가 그곳에서 배턴루지로 건너왔다. 대회에서 그는 9이닝 1실점 8탈삼진으로 준결승 선발까지 맡았다.
그러나 소속팀에서의 현재는 그만큼 밝지 않다. 2025년 발목과 갈비뼈 부상으로 처음 무너진 뒤, 2026년에도 5점대 후반 평균자책에 머물러 있다. 2023년 11월 맺은 7년 1억 7,200만 달러 계약은 2030년, 그러니까 만 37세 시즌까지 이어진다. 한 시대를 지탱한 내구성의 대명사가 그 내구성을 잃은 뒤 무엇으로 남을지가, 지금 이 선수를 지켜보는 이유다.
커리어를 만든 장면들
형을 따라 들어간 야구, 형과 갈라진 진로
애런은 세 살 반 위인 형 오스틴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다. 두 형제는 배턴루지의 같은 고교와 LSU를 함께 다녔다. 2011년 토론토가 형제를 함께 지명했지만 애런은 계약하지 않고 대학에 남았고, 그 선택은 옳았다. 그는 LSU에서 3년간 30승 6패 평균자책 2.09를 남기며 SEC 역사상 유일하게 올해의 투수상을 두 번 받은 선수가 됐다. 2014년 필리스가 전체 7순위로 그를 불렀다.
2018년, 최고의 시즌과 남의 트로피
2018년 놀라는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17승 6패 평균자책 2.37, 212와 3분의 1이닝 224탈삼진을 기록했다. WHIP 0.97은 커리어 최저치다. 첫 올스타에 뽑혔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하필 같은 해 제이콥 디그롬과 맥스 셔저가 더 대단했다.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도 상은 남의 것이었다.
형제, 그리고 포스트시즌 역사
2021년 8월 21일, 애런은 샌디에이고의 포수가 된 형 오스틴을 빅리그 첫 맞대결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관중석의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굳어 있었고, 아버지는 훗날 "둘이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애런은 그 공을 크리스마스에 형에게 선물했다.
1년 뒤 2022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두 형제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투수와 타자로 마주 섰다. 3회 애런이 형을 삼진 잡았지만, 5회 오스틴이 적시타로 되갚았다. 이때 홈을 밟은 1루 주자가 김하성이었다.
"형과 처음 붙었을 때랑 똑같아요. 우리는 이기려 하고, 저쪽도 이기려 하고. 결국 그게 전부죠." — 애런 놀라, 2022 NLCS 2차전 후
철완이 깨진 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놀라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2021년에는 톰 시버가 1970년 세운 10타자 연속 삼진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2022년에는 235탈삼진에 WHIP 0.96으로 필리스를 월드시리즈까지 끌고 갔다.
신화는 2025년에 처음 깨졌다. 훈련 중 오른발목을 접질렀고, 그 여파로 투구 동작이 틀어지며 오른쪽 갈비뼈에 피로골절이 왔다. "평소만큼 몸을 회전시키지 못했어요. 갈비뼈가 그 부담을 다 떠안은 것 같습니다." 그해 그는 17경기 선발 5승 10패 평균자책 6.01이라는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같은 해 9월, 통산 1,872탈삼진으로 로빈 로버츠를 넘어 프랜차이즈 통산 탈삼진 2위에 올랐다. 그의 앞에는 이제 스티브 칼턴만 남았다.
기록으로 보는 애런 놀라 (MLB 정규시즌)
| 시즌 | 선발 | 승-패 | 평균자책 | WHIP | 탈삼진 |
|---|---|---|---|---|---|
| 2018 | 33 | 17-6 | 2.37 | 0.97 | 224 |
| 2022 | 32 | 11-13 | 3.25 | 0.96 | 235 |
| 2023 | 32 | 12-9 | 4.46 | 1.15 | 202 |
| 2024 | 33 | 14-8 | 3.57 | 1.20 | 197 |
| 2025 | 17 | 5-10 | 6.01 | 1.35 | 97 |
| 2026 (7월 중순) | 20 | 3-7 | 5.68 | 1.45 | 108 |
2018년과 2022년이 커리어의 두 정점이다. 2024년까지는 매년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하는 내구성이 성적의 기반이었지만, 2025년 부상 이후 등판 수와 평균자책이 함께 무너졌다.
플레이 스타일
놀라는 구속으로 이기는 투수가 아니다.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45km 안팎으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간판은 너클커브다. 낙차가 크고 좌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며 헛스윙을 만들어낸다. 구종 비중도 커브가 가장 높고 포심, 싱커, 체인지업, 커터가 뒤를 잇는다.
핵심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터널링'이다. 같은 릴리스 지점에서 나온 두 공이 마지막 순간 반대 방향으로 갈라지며 좌우 타자를 모두 흔든다. 여기에 포심은 스트라이크존 상단, 싱커는 하단으로 던져 타자의 시선을 아래위로 흩뜨린다. 구위보다 커맨드와 수싸움으로 잡아내는 유형이라 삼진 대 볼넷 비율이 꾸준히 최상위권이었다. 2022년에는 이 지표에서 메이저리그 1위였다.
한국 독자를 위한 메모
- 낯선 용어: '너클커브'는 검지를 공에 세워 쥐고 던지는 커브로 낙차가 크다. 'WHIP'은 한 이닝당 출루 허용 수로, 1.00 아래면 최상위권이다. '터널링'은 서로 다른 구종이 같은 궤적으로 출발해 타자가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배합을 뜻한다.
- 한국 접점: 2022년 NLCS 2차전, 형 오스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은 주자가 김하성이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첫 형제 투타 맞대결이라는 장면 한가운데에 한국 선수가 있었다.
- 오해하기 쉬운 지점: 놀라는 '전성기가 끝난 투수'로 단정하기 이르다. 다만 2025년 이후의 부진은 일시적 슬럼프가 아니라 부상으로 투구 동작이 바뀐 뒤의 결과라는 점에서, 반등의 조건이 구위 회복이 아니라 밸런스 회복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