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계약금 6만 5천 달러짜리 무명 국제 유망주가, 6년 1억 700만 달러 에이스로 돌아왔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 포심 패스트볼을 사실상 던지지 않고 싱커·체인지업·슬라이더 세 구종만으로 리그를 지배하며 2025년 NL 사이영상 2위, 2026년에는 좌완 역대 최장 무실점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2026 WBC 8강에서 대표팀을 5이닝 8삼진 무실점으로 잠재운 바로 그 투수이기도 합니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영문 이름 | Cristopher Sánchez |
| 출생 | 1996년 12월 12일 · 도미니카공화국 라 로마나 |
| 투타 | 좌투좌타 |
| 포지션 | 투수(선발) |
| 현 소속 | 필라델피아 필리스(등번호 61) |
| 이전 소속 |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2013~2019, 국제 자유계약) → 트레이드로 필리스行(2019) |
| 별명 | Sanchie / Sanchy(구단·동료가 부르는 애칭) |
왜 지금 주목하나
2026년 3월, 도미니카공화국이 WBC 8강에서 한국을 10-0으로 꺾은 그 경기의 선발이 산체스였습니다. 5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헛스윙 18개. 상대 팀 3번 타자였던 이정후는 그의 체인지업을 두고 "없어져요, 너무 안 좋은 공이에요"라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지금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입니다. 2025년 NL 사이영상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2위에 오른 데 이어, 2026년에도 리그 정상급 평균자책점과 이닝 소화력을 이어가고 있고, 좌완 투수로는 역대 최장인 50⅔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까지 세웠습니다. 지난 3월에는 6년 1억 700만 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까지 따냈습니다.
커리어를 만든 장면들
산체스는 애초에 될성부른 나무로 시작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2013년 만 16세에 탬파베이와 국제 자유계약을 맺을 때 받은 계약금은 6만 5천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신인 스카우트 보고서 속 그는 신장 198cm에 몸무게 165파운드 남짓한 마른 소년이었고, 공도 시속 82~84마일 정도에 그쳤습니다. 본인의 말대로 "하루아침에 82마일에서 100마일이 된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뤄진" 성장이었습니다. 몸이 커지고 웨이트 트레이닝이 쌓이면서 구속도 함께 올라갔고, 결국 100마일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좌완으로 거듭났습니다.
2019년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한동안은 불펜을 오가는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2024년, 선발 로테이션에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부터였습니다. 그해 6월 마이애미 원정에서 커리어 첫 완투완봉을 기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순간을 맞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지 나흘 만에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 선발 등판에 나선 것입니다. 이듬해 아들의 첫 돌잔치에는 브라이스 하퍼, J.T. 리얼무토 등 동료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했고, 리얼무토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시즌 산체스는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 202이닝, 212탈삼진의 성적으로 NL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30장의 투표용지 전부에서 2위표를 받은, 사실상 만장일치급 2위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그해 올스타전에는 뽑히지 못했다는 사실인데, 이는 실력이 아니라 등판 로테이션상 화요일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일정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2024년에는 부상당한 크리스 세일을 대신해 생애 첫 올스타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2026년 들어서는 한 단계 더 도약했습니다.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이어진 50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은 1893년 이후 MLB 역대 5위 기록이자, 좌완 투수로는 역대 최장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좌완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명예의 전당 헌액 투수 칼 허벨의 45⅓이닝을 넘어섰고, 같은 날 1911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알렉산더가 세운 필리스 구단 기록(41이닝)도 함께 갈아치웠습니다. 5월 한 달 동안에는 4승 무패, 39이닝 45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스트릭은 6월 3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잭슨 메릴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끝났습니다.
산체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구종 구성입니다. 포심 패스트볼을 사실상 던지지 않고, 시속 95마일 안팎의 싱커를 주 무기로 삼아 여기에 체인지업과 자이로 계열 슬라이더를 더한 세 구종만으로 승부합니다. 특히 체인지업은 2025시즌 헛스윙률 45.1%를 기록해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구종입니다. 낮은 암슬롯과 크로스보디 딜리버리에서 나오는 이 조합은 땅볼과 헛스윙을 동시에 유도하면서 홈런은 극도로 억제하는, MLB에서도 보기 드문 유형으로 꼽힙니다.
기록으로 보는 산체스 (MLB 정규시즌)
| 시즌 | 팀 | 비고 |
|---|---|---|
| 2021 | 필라델피아 필리스 | MLB 데뷔(6월 6일, 워싱턴전) |
| 2024 | 필라델피아 필리스 | 생애 첫 올스타(세일 대체) · 6월 첫 완투완봉(마이애미) |
| 2025 | 필라델피아 필리스 |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 202이닝, 212탈삼진 · NL 사이영상 투표 2위(30표 전원 2위표) |
| 2026 | 필라델피아 필리스 | 6년 1억 700만 달러 연장계약(3월) · 좌완 역대 최장 50⅔이닝 연속 무실점(4월 말~6월 3일) · WBC 8강 한국전 선발(5이닝 8탈삼진 무실점) |
계약금 6만 5천 달러의 무명 좌완에서 6년 1억 700만 달러 에이스로, 그리고 좌완 역대 최장 무실점 기록의 주인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