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개
2026년 7월, 30년 만에 필라델피아에서 올스타전이 열렸다. 그 홈구장을 쓰는 투수는 그때 10승 1패 평균자책 2.13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두 번의 대수술을 딛고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도 끝내 조용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잭 휠러다.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영문 이름 | Zachary Harrison Wheeler |
| 출생 | 1990년 5월 30일, 미국 조지아주 스미르나 (댈러스에서 성장) |
| 투타 | 우투좌타 |
| 포지션 | 우완 선발투수 |
| 현 소속 |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번호 45, 2020년~) |
| 신체 | 193cm · 88kg |
| 소속 이력 | 샌프란시스코 지명(2009, 전체 6순위) → 뉴욕 메츠(2013~2019) → 필라델피아(2020~) |
| 대표 이력 | NL 사이영상 2회 준우승(2021·2024) · 올스타 3회 선정 |
왜 지금 주목하나
2025년 8월, 휠러는 오른쪽 어깨 인근 혈전으로 쓰러졌다. 혈전은 심장이나 폐로 옮겨갈 수도 있었다. 9월에는 갈비뼈를 잘라내는 흉곽출구증후군 감압수술을 받았다. 커리어가 아니라 생명이 걸린 문제였다.
253일 뒤인 2026년 4월 25일 그는 애틀랜타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이후 15경기 선발에서 10승 1패 평균자책 2.13, WHIP 0.89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 허용이 한 명 아래인, 커리어 최고 수준의 페이스다. 서른여섯에, 갈비뼈 하나를 덜어낸 몸으로 그렇게 던지고 있다.
커리어를 만든 장면들
스카우트 40명, 그리고 낮잠
조지아주 댈러스의 고교 시절, 스카우트 40명이 몰려온 경기 전날에도 휠러는 라커룸 소파에서 낮잠을 잤다. 2009년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됐지만, 2011년 7월 우승에 목마른 자이언츠는 그를 카를로스 벨트란과 맞바꿔 메츠로 보냈다. 그를 지명했던 전 단장 브라이언 세이비언은 훗날 "휠러가 문을 두드리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담담히 회고했다.
잃어버린 2년
2013년 메츠에서 데뷔한 그는 2015년 3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2년을 통째로 잃었다. 그 상실이 남긴 태도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럴 수 있죠. 그래서 하루하루가 감사한 겁니다. 2년을 잃었으니, 다시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용한 선택
2019년 겨울,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대형 계약을 따내는 사이 휠러는 화이트삭스의 더 큰 제안을 뿌리치고 필라델피아를 택했다. 이후 그는 두 번 사이영상 2위에 그쳤다. 2021년에는 코빈 번즈에게 단 10점 차로 밀렸고, 2024년에는 크리스 세일에게 밀렸다. 매년 리그 정상급이었지만 매년 트로피는 남의 것이었다.
2022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그는 7이닝 무실점을 던졌다. 그날 그의 초구를 받아친 타자가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의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타석이었고, 타구는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갈비뼈를 옷장에 넣어둔 남자
2025년 7월 6일, 완투 1피안타로 커리어의 정점에 섰다. 한 달여 뒤 혈전 진단을 받았다. 혈전용해술 직후 그가 처음 꺼낸 말은 이랬다.
"선발 등판 수는 채울 거고, 이닝도 소화할 거고, 돌아가서 월드시리즈 우승하고 사이영상을 타고 싶습니다."
9월 23일 감압수술로 갈비뼈를 잘라냈다. 훗날 그는 제거한 갈비뼈를 케이스에 담아 집 옷장에 보관하고 있다고 특유의 무심한 유머로 밝혔다.
초대받지 못한 홈
2026년, 그가 던진 경기에서 팀은 15번 중 14번을 이겼다. 그런데도 홈구장 올스타전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25년 넘게 특정 선수 문제로 공개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에이전트가 이번엔 참지 않았다.
"그는 지루한 선수예요. 하지만 최근 6~10년간 사실상 최고의 투수입니다. 꾸준히 위대한 선수는 이유 없이 외면당하고, 솔직히 말하면 무시당합니다."
사흘 뒤 리그가 부상 대체 선수로 뒤늦은 초청장을 보내자, 휠러는 "다섯 번째 대안이 되진 않겠다"며 스스로 거절했다.
기록으로 보는 잭 휠러 (MLB 정규시즌)
| 시즌 | 선발 | 승-패 | 평균자책 | 이닝 | WHIP | 탈삼진 |
|---|---|---|---|---|---|---|
| 2021 | 32 | 14-10 | 2.78 | 213⅓ | 1.01 | 247 |
| 2022 | 26 | 12-7 | 2.82 | 153 | 1.04 | 163 |
| 2023 | 32 | 13-6 | 3.61 | 192 | 1.08 | 212 |
| 2024 | 32 | 16-7 | 2.57 | 200 | 0.96 | 224 |
| 2025 | 24 | 10-5 | 2.71 | 149⅔ | 0.94 | 195 |
| 2026 (7월 중순) | 15 | 10-1 | 2.13 | 93 | 0.89 | 108 |
2021년부터 6년 연속 평균자책 3.61 이하다. 눈여겨볼 것은 WHIP의 흐름으로, 2024년 이후 세 시즌 연속 1.00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수술을 두 번 겪은 서른여섯 투수가 커리어 최저 WHIP을 지금 찍고 있다는 뜻이다.
플레이 스타일
휠러는 강속구 투수지만 구속만으로 던지지 않는다. 포심과 싱커로 존을 넓게 쓰면서 슬라이더와 스위퍼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커브로 타이밍을 흔든다. 구종이 고르게 분포돼 타자가 하나를 노려 앉기 어렵다.
그의 진짜 강점은 이닝이다. 부상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190이닝 이상을 던져 왔고, 그러면서도 볼넷이 적어 WHIP이 낮다. 많이 던지면서 적게 내보내는 조합은 흔치 않다. '지루한 선수'라는 평가는 이 꾸준함이 서사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지, 성적이 평범하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독자를 위한 메모
- 한국 접점: 2022년 NLCS 1차전에서 김하성이 그의 초구를 받아쳤다. 김하성의 첫 포스트시즌 타석이었다.
- 낯선 용어: '흉곽출구증후군'은 쇄골과 첫 갈비뼈 사이 공간이 좁아져 혈관이나 신경이 눌리는 질환이다. 투수에게는 커리어를 끝낼 수 있는 부상으로 알려져 있고, 감압수술은 갈비뼈 일부를 제거해 공간을 넓히는 방식이다.
- 오해하기 쉬운 지점: '올스타 3회 선정'을 세 번 경기에 나갔다는 뜻으로 읽기 쉽지만, 실제 등판은 2021년 한 번뿐이다. 나머지는 일요일 선발 등판 규정으로 명단에만 포함됐다. 세 번 불렸지만 한 번만 섰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선수의 커리어를 가장 정확히 요약한다.
